차단을 고민하는 이유는 대체로 둘 중 하나입니다. 내가 계속 확인하는 걸 막고 싶거나, 상대에게 신호를 주고 싶거나 하는 것이죠. 두 목적은 완전히 다르고, 결과도 다릅니다.
차단이 실제로 하는 일
차단은 내 행동을 제어하는 도구로는 효과가 있습니다. 확인하려면 차단을 풀어야 하고, 그 한 단계가 충동을 상당 부분 걸러냅니다.
반대로 상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는 거의 작동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차단을 알아차리려면 나에게 연락을 시도해야 하는데, 연락할 생각이 없는 상대는 차단 사실 자체를 모릅니다.
차단은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거는 잠금장치입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실망만 남게 됩니다.

차단하면 안 되는 상황
재회를 목표로 두고 있고, 지금 연락이 끊겼을 뿐 관계가 나쁘게 끝나지 않았다면 차단은 손해입니다. 상대가 어느 시점에 연락을 시도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 그 경로를 스스로 닫는 셈이 됩니다.
재연 데이터에서 완전한 노컨택 상태가 열 명 중 일곱 명 가까이로 가장 많았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차단이 아니라 침묵 속에 있습니다. 침묵은 되돌릴 수 있지만 차단은 되돌리는 데 명분이 필요합니다.
차단해도 되는 상황
하루에 몇 번씩 확인하고 있고, 그 확인이 일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면 차단이 맞습니다. 이때는 재회 가능성보다 회복이 먼저입니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하는 재회는 대부분 매달림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상대가 먼저 차단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경우 내 쪽의 차단 여부는 실질적 의미가 없으므로, 확인 충동을 줄이는 쪽으로 결정하시면 됩니다.

중간 선택지
전면 차단 대신 알림만 끄거나, SNS만 뮤트하거나, 연락처 이름을 바꿔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목적이 내 행동 제어라면 이 정도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고, 관계의 문은 열어둘 수 있습니다.

